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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기사] 정순택-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아름다운청년 27호(2001.9)
   정순택

사진 아래 전문 게시




[특별기획] 지면 관계상 정순택 선생님의 편지 전문을 싣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정순택 선생님이 북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태두 형제 보아라

혈육이 갈라지고 40여 년 만인 지난해 812일 너희들 소식 듣고 흥분해서 뛸 듯이 기뻐하던 것이 벌써 1년이 지났구나. 그 후 내가 두 차례에 걸쳐 연합뉴스를 통해 편지 보냈는데 받아 보았느냐. 나는 건강하게 지내다가 건강을 너무 믿고 동해안 고성에서 서해안 강화까지의 군사분계선을 따라 530km 구간의 통일열망 대행진에 참가했다가 5일만에 실족해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뼈는 상한 데 없고 3주간의 안정 치료만 받으면 된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 민족이 천추를 두고 잊지 못할 원한의 분계선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밟아보고싶은 심정에서 참가했었다. 참가자들은 열두 살도 청년이고, 아흔 살도 청춘인 통일열망꾼들이었다. 멀리는 재미동포(치과의사이며 민족학교 운영자)를 포함해 100명의 행진이었는데 땡볕도 가리지 않고 폭우 속에서도 쉬지 않고 예정된 행진을 했다. 몸으로 걸은 게 아니라 마음으로 걸었다. 고난은 쾌락으로 승화됐다. 나는 '반미는 민족의 양심'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지팡이 짚고 걸었다.

 

민족의 원수들은 이 꼴을 보고 우스개꺼리로 삼겠지만, 분단에 의해 가슴에 멍이 든 사람들은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것이다. (중략) 첫머리에 애비가 통일염원 대행진에 참가했다가 실족해서 병원에 누워있다는 이야기를 썼다만 지금 내 옆을 떠나지 않고 간병하는 처녀가 있다. 이름은 윤태영이라고 하는데 청주에서 대학을 나왔고 지역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충북지역 여성노조 위원장직과 새세기 민주노동청년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애비가 딸 없음을 한스러이 여겨 몇 해 전에 수양딸로 맞이했다.

 

통일대행진에 늙은 애비가 혼자 참가하는 걸 마음 못 놓아 바쁜 일을 제쳐농고 동행

했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그런데 애비를 간병하는 중에 민족통일 평양대축전에 충북지역을 대표해서 참가할 사람을 물색하던 중 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얘가 유일하게 충북대표로 선발되었으니 본인의 영광은 말할 것 없고 나도 기뻐서 병세가 급히 호전되는 듯싶었다. 태영이 이외에 또 한 처녀가 성심껏 간병하고 있다.

그런데 대표 선발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가 생기고 중앙 방북 추진본부에서는 지방에

서의 꼴사나운 각축전에 분노해서 충북에서는 한 사람도 방북을 허락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추잡스런 일이냐. 참가비까지 납부하고 통일부의 방북 수속까지 마친 것이 취소되었으니 납부금 반환문제가 생겼다. 이때 태영이가 취한 태도는 애비를 감동시켰으며 그래서 나는 극찬을 했다. 납부금 반환을 받지 않겠으니 북녘동포 돕는 데 써달라고 한다고 했다. 애비의 주머니가 모자라서 친구의 도움까지 받아 납부한 것인데 반환을 거부하고 이렇게 했으니 애비의 생각을 앞선 훌륭한 처사다. 방북이 됐다면 너희와 상봉의 기회도 꿈꾸어 보았을 텐데 꿈은 깨졌다.

그러나 남녘 하늘 아래 이런 훌륭한 네 여동생이 있다는 걸 자랑삼고 통일을 기대해라. 기회는 또 올 것이다.

812일 병상에서 애비가 보낸다

정순택 선생님은 1921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십니다. 1958년 통일사업을 위해 남으로 내려오셔서 국가보안법에 의해 실형을 살고 1989년 가석방으로 나오셨습니다. 보안관찰자의 꿈등 여러 책을 발간하셨습니다.

 

 

 

미송환 비전향장기수 정순택 선생님의 염원

 

선생님은 조국통일 투쟁을 위해 1956년 죽음의 휴전선을 기꺼이 넘으셨다. '나를 통일투사로 불러달라'는 말씀 속에 선생님이 82년을 무엇을 위해 살아오셨는지 알 수 있다. 조국통일은 그분의 삶의 이정표이자, 전부였던 것이다.

 

병상에 누워 계신 채 흘러가는 일분일초에 가슴이 탄다. 우리 역사가 고통 속에 사그러지는 모습이, 80여 년을 헌신하고도 다하지 못한 당신의 통일 조국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멈추어 있음이. 꿈에도 그리던 아드님을 보셔야 하고, 충북지역 구석구석을 누비시며 '반미는 민족의 양심, 통일은 지상의 과제'1일 시위를 하셔야 하고, 기차 타고 이남 땅을 종단, 횡단 시위도 하셔야 하고, 젊은 청년들과 많은 이야기도 나누셔야 하는데 .

평화통일대행진 5일째, 731일 밤 9시경 연세 드신 선생님 달려오셔서 '정 선생님이 딸을 찾아! 얼른 가봐!' 하시던 말씀에 무심코 무슨 일인가 달려갔다. 고통에 괴로워하시며 꼼짝 못하시고 누워 계셨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절대 이러시면 안 되는데. 북에 계신 아드님을 만나기 전에 절대 쓰러지시면 안 되는데 .

민족적 관점이 아닌 제국주의 상호주의의 반통일 사슬에 선생님은 또다시 쓰러지신 것이다. 선생님께선 지난해 비전향장기수 송환에서 부당하게 제외되셨을 때 이미 쓰러지셨다. 반미 조국통일 투쟁의 최전선, 죽음의 전선을 웃으며 넙나드셨던 80여생의 삶은 조국과 민족에 의해 응당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이것을 외면하고 애국을, 조국통일을 입에 담을 수 없다. 조국통일 투쟁의 선배에 대한 응당한 평가와 예우는 눈부시게 빛나는 조국통일 투쟁의 전통의 문제이자, 장차 우리가 안아올 통일조국 건설의 미래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비전향장기수 정순택 선생님을 비롯한 송환을 요구하는 모든 선생님들이 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 요구되고 있다.

북송! 그것은 의연히 6·15공동선언 실천의 첫 자리에 있어야 한다.

2001824일 비전향장기수 정순택 선생님 후원회 윤태영


아름다운청년 27호(2001.9)

작성 : repatriation / 2025-09-04 15:25:58 , 수정 : repatriation / 2025-09-04 16:4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