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덕 추도사 - 박순자 씀
2002년 12월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 수많은 민둥들에 의해 성조기가 찢겨지는 것을 병상에서 지켜본 동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노라고.
정순덕 동지!
죽어 이내 곁을 떠나려는 무심한 동지!
그때 동지가 한 말처럼 지금 동지의 가슴 속엔 여한이 없는지요.
진정 그러하신지요.
그런데 살아 동지를 보내려는 이내 가슴엔 여한이 있는 걸 어찌합니까.
여한이 너무 많이 미칠 것 같은데 어쩌면 좋습니까.
관안대료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싱싱한 회 한 점 먹여보내지 못한 한,
지리산을 함께 오르며 그 이름만으로도 목이 메이는 그리운 옛동지들 얘기를 실컷 나누어보지 못한 한,
꿈에도 그리던 공화국 땅을 나란히 밟아보지 못한 한,
그리고 영광된 통일조국을 이루지 못하고 동지를 잃은 한...
이 늙은이의 가슴에 이토록 많은 한을 남기고서 어찌 동지를 그토록 무심히 떠날수가 있단 말입니가. 슬프고 원통합니다.
하지만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결국엔 세월이 약이겠지요. 세월히 흐르다보면 지금의 이 애끓는 아픔도 차츰 희미하게 잊혀지겠지요.
그러나 난 세월을 그저 넋놓고 흘려보내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설명 내가 동지의 얼굴을 잊는 한이 있더라도 동지의 뜻만은 결코 잊지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동지의 동지로서 남은 세월을 굳건히 살아내며
통일의 길, 해방의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정순덕 동지여!
부디 편히 잠드소서.
2004. 4. 3 부산 박순자

